산지 수첩

제주 애월 무농약 미니 밤호박(보우짱) 산지 수첩: 463종 검사와 한 손 크기 선별까지

패쓰러브온

2026.10.22 · 업데이트 2026.10.22 · 4분

가을이 깊어지면 밭에서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게 미니 밤호박입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호박을 쪼개면 샛노란 속살이 보이는데, 이게 요즘 가장 맛이 오른 시기라 수확하랴 저장하랴 하루가 금방 갑니다. 보우짱이라는 품종으로 제주 애월에서 무농약으로 키우는데, 밭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손바닥 위에 올린 미니 밤호박 보우짱 한 알

가을이 깊어지면 밭에서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게 미니 밤호박입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호박을 쪼개면 샛노란 속살이 보이는데, 이게 요즘 가장 맛이 오른 시기라 수확하랴 저장하랴 하루가 금방 갑니다. 보우짱이라는 품종으로 제주 애월에서 무농약으로 키우는데, 밭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손바닥 위에 올린 미니 밤호박 보우짱 한 알

제주 애월에서 밤호박을 키우는 이유

애월은 해풍이 적당히 들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편입니다. 이 일교차가 호박 속에 당분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낮에 광합성으로 만든 당을 밤에 서늘한 기온이 잡아두니, 수확할 때쯤이면 속이 묵직하게 차오릅니다. 화산토라 물 빠짐이 좋다는 점도 호박 농사엔 유리합니다. 뿌리가 물에 잠기는 걸 싫어하는 작물이라, 비가 와도 흙이 질척이지 않는 제주 땅이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보우짱은 보통 밤호박보다 알이 작습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작게 키우나' 싶을 수 있는데, 작기 때문에 속까지 고르게 익고 전자레인지에 통째로 쪄도 금방 익어서 1인 가구나 아이 간식용으로 딱입니다. 저는 한 알로 두 번 나눠 먹기 좋은 크기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무농약, 말로만이 아니라 검사로 증명합니다

무농약이라는 말은 흔하지만, 저는 그걸 눈으로 보여드리는 게 생산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확 전 잔류농약 463종 검사를 받습니다. 흔히 말하는 몇 종 검사가 아니라 폭넓게 들여다보는 항목이고, 결과지에서 불검출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 놓고 상자를 포장합니다.

농약을 안 치고 키우면 밭일이 몇 배로 늘어납니다. 잡초는 손으로 뽑고, 벌레는 눈에 띄는 대로 솎아내야 합니다. 올여름에도 장마 끝나고 벌레가 달려들어 꽤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약을 대신 치지 않은 건 결국 먹는 사람과 키우는 제가 같은 걸 먹기 때문입니다. 저희 아이들 간식으로 그대로 올리는 호박이라 타협할 수가 없습니다.

무농약은 손이 더 가는 농사일 뿐, 특별한 비법이 아닙니다. 다만 그 수고를 숫자로 증명하려는 것뿐입니다.

한 손 크기로 골라 담는 선별 기준

수확한 호박을 전부 상자에 담지는 않습니다. 저만의 선별 기준이 있는데, 핵심은 크기와 꼭지, 그리고 무게감입니다. 밭에서 바로 따서 바구니에 담은 뒤, 창고에서 한 알씩 손으로 쥐어보며 고릅니다.

• 크기: 어른 한 손에 쥐어지는 정도. 너무 크면 속이 퍼지고 수분이 많아 밤맛이 덜합니다.
• 무게: 같은 크기여도 손에 묵직하게 얹히는 것을 고릅니다. 가벼우면 속이 덜 찬 경우가 많습니다.
• 꼭지와 표면: 꼭지가 마르고 단단한 것, 껍질에 흠집이나 무른 부분이 없는 것만 담습니다.
• 숙성: 바로 먹어도 되지만 수확 후 며칠 저장하면 단맛이 더 올라옵니다.

선별에서 빠진 호박이 못난 게 아닙니다. 모양이 조금 삐뚤거나 표면에 바람 자국이 있는 것들은 저희 집 식탁으로 올라옵니다. 맛은 똑같거든요. 다만 산지직송으로 보내는 상자에는 받는 분이 기분 좋게 쪼갤 수 있는 것들만 담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크기별로 선별해 상자에 담은 밤호박들

지금이 맛있는 이유와 먹는 법

밤호박은 수확 직후보다 서늘한 곳에서 며칠 재워둔 뒤가 더 달다는 걸 해마다 느낍니다. 전분이 당으로 바뀌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수확과 저장이 겹치는 시기가 1년 중 가장 맛이 무르익은 때입니다.

제가 가장 자주 먹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통째로 씻어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찜기에 쪄서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 껍질째 먹어도 부드럽고, 단맛이 밤처럼 포근하게 올라옵니다. 손이 많이 간 호박이라 이렇게 소박하게 먹을 때 가장 보람이 큽니다. 올가을, 제주 애월에서 정직하게 키운 미니 밤호박의 제철 맛을 한 번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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